1. 暮春 모춘
늦봄에
煙鎖瑤空鶴未歸 연쇄요공학미귀
안개는 공중에 자욱한데 학은 돌아오지 않고
桂花陰裏閉珠扉 계화음리폐주비
계수 꽃 그늘 속에 구슬 문은 닫혔네
溪頭盡日神靈雨 계두진일신령우
시냇가는 온종일 신령스런 비만 내리고
滿地香雲濕不飛 만지향운습불비
땅에 가득한 구름은 젖어서 날지 못하네
2. 采蓮曲 채련곡 연꽃을 따는 노래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가을에 맑은 호숫물 옥돌처럼 흘러가고
蓮花深處繫蘭舟 련화심처계란주
연꽃 피는 깊은 곳에 란초 배를 매놓고서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당신보고 물 건너서 연꽃을 던졌는데
或被人知半日羞 혹피인지반일수
혹시 남이 봤을가봐 반나절 부끄럽네
미인도(박 연옥)
3. 閨怨 규원 여자의 恨
月樓秋盡玉屛空 월루추진옥병공
달빛 비친 망루에 가을이 다하니, 옥병이 쓸쓸하고
霜打蘆洲下暮鴻 상타노주하모홍
서리 내린 갈대 밭, 늙은 기러기 내려앉는다
瑤瑟一彈心不見 요슬일탄심불견
아름다운 거문고 한번 타도 그 마음은 볼 수 없고
藕花零落野塘中 우화영락야당중
문 밖의 연못엔, 연꽃이 가랑비와 땅에 떨어진다
4. 春雨 춘우 봄비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봄비 가만히 서쪽 못에 내리고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가벼운 추위, 장막 속에 스며드네
愁依小屛風 수의소병풍
근심을 작은 병풍에 의지하니
薔頭杏花落 장두행화락
장미꽃 근처에 살구꽃 떨어지네
5. 寄夫江舍讀書 기부강사독서
강사에서 글 읽는 낭군에게
燕掠士첨兩兩飛 연약사첨양량비
제비는 비낀 처마 스쳐 둘씩 나는데
落花僚亂撲羅衣 낙화요란박라의
지는 꽃만 어지러이 비단옷을 칩니다
洞房極目傷春意 동방극목상춘의
심방에서 시선 끝까지 봄을 아파하는 뜻은
草綠江南人未歸 초록강남인미귀
江南에 풀 푸른데, 님은 돌아오지 않네
6. 雜詩
精金明月珠 정금명월주
아름다운 금덩이 빛나는 진주로
贈君爲雜佩 증군위잡패
노리개 만들어 그대에게 드려요.
不惜棄道旁 불석기도방
길가에다 버리는 건 아까울게 없지만
莫結新人帶 막결신인대
새여자 허리에 매어 주지는 마세요.
♡♡♡♡♡♡♡♡♡♡♡♡♡♡♡♡♡
이옥봉에 이어 두번째
허난설.
본명은 초희.
난설헌은 호입니다.
1563년(명종18년)에 출생하여
1589(선조22년)27세의 짦은 나이로생을 마친 조선역사에 몇 안되는 여류 문인이며,
아시다시피 ‘홍길동’의 저자인 혀균의 누이입니다.
현재 강릉 경포해변에 생가가 있으니,
올여름 휴가나,
강릉 경포를 찾으시는 분은
한번쯤 들러 보시는 것도 나름 좋을 듯 합니다.
허난설헌은 평소 세가지의 한을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여자로 태어난 것.
둘째는 조선에서 태어난 것.
셋째는 ‘김성립’의 아내가 된것.
세가지 모두 남존여비의 유교적 관념이 지배하던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여자로써의 한의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로
허난설헌의 시집 살이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당시 혼례를 치른뒤 여자가 시댁에서 생활하는 형태를 親迎(친영)이라 하는데,
조선중기까지의 결혼제도는
이와 반대로 혼례를 치른뒤 남자가 처가에서 생활하는 男歸女家(남귀여가)의 방식이 일반적이었다고 합니다.
허난설헌은 종부가 되어
어렵고 고된 시집살이를 했으며,
그나마 남편인 김성립은 과거 준비를 위해 당시 젊은 선비들이 과거준비를한던 일종의 합숙소인 接(접)에서 주로 생활하였하였기에
많은 외로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결혼 초기에만 하더라도
남편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있었으나,
남편의 빈번한 과거시험의 낙방과
자신보다 뛰어난 아내의 학문과 문장력에 남편의 대한 열등감과,
시를 써서 외로움을 달래는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달가워하지 않음등이 시집살이를 더 어렵게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신분의 귀천이 명확했던
조선시대에 허난설헌은 양반신분이면서도 가난한 서민의 삶을 시로 표현한 선구적 관점이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친정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 뛰어난
여류 시인인 그녀를 더 힘들게 하였고
연이어 딸과 아들을 잃어버린 슬픔에
스물 일곱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죽기 전
자신이 쓴 시를 모두 태워 달라고 하였으나,
동생인 허균이 누이의 시를 모아서 詩集을 펴내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Ii9XH2vaeog
(허난설헌 영상)
오늘도 비가 오락가락 하는군요.
내리는 비가 마음까지 씻어내 주었으면.....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 배려 ☆ (0) | 2016.07.06 |
---|---|
[스크랩] 이끼 계곡 (0) | 2016.07.06 |
[스크랩] 푸른 오월 / 노천명 (0) | 2016.05.06 |
[스크랩] 은퇴 후 믿을 건 자격증과 공부 (0) | 2015.11.13 |
[스크랩] 6가지 마음의 감옥 (0) | 2015.10.22 |